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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남북사랑학교 7회 졸업식


[탈북민의 세상보기] 남북사랑학교 7회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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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탈북 청소년 한 명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던 탈북민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가 어느덧 5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올해는 '약속의 땅으로'라는 주제로 자매학교인 '기쁨의 학교'와 함께 제7회 졸업식을 열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제7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8년 전 탈북 청소년 한 명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던 탈북민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가 어느덧 5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올해는 '약속의 땅으로'라는 주제로 자매학교인 '기쁨의 학교'와 함께 제7회 졸업식을 열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제7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축하공연 현장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탈북민 연주자 윤설미 씨가 축하 연주하고 있습니다. ‘남북사랑학교’와 ‘기쁨의 학교’가 함께 마련한 졸업식이었는데요. 모두 6명의 졸업생이 배출됐습니다. 그리고 ‘남북사랑학교’의 심양섭 교장은 올해 졸업생의 특징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심양섭 교장] “올해 특징은 북한 출신보다 제3국 출신인 학생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코로나 이후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안학교 학생 중에 북한 출신은 점점 없어지고 제3국 출신 학생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 중에서도 90%가 제3국 출신입니다. 기쁘고요. 그러면서도 아쉽기도 하죠. 자주 못 보게 되니까요. 그중에서 제3국 출신 학생은 6년을 다녔습니다. 우리 학교에 제3국 출신, 제1호 학생으로서 즉 엄마만 북한(출신)이고 아버지는 제3국 출신인 1호 학생이 오늘 졸업합니다. 그래서 꼭 아들같이 느껴지는 학생인데 오늘 졸업해서 충남 천안에 있는 기숙사가 있는 대학에 가게 돼요. 자주 못 보게 돼서 아쉽기도 합니다.”

남북사랑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의 학업 공백을 메워주고 이들의 진학과 취업을 돕고 있는데요. 교육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 자신이 바라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더욱 뿌듯하다고 합니다.

[녹취: 심양섭 교장]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하게 되고 초졸 학력도 없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지고 전문대 또 4년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러한 변화와 성장이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두 번 봐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세 번 봐서 합격하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다섯 번 봐서 합격하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쥐었다는 거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뿌듯합니다.”

벌써 일곱 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는 심양섭 교장은 대학교에서의 학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자기 꿈을 향해 더 정진하길 바랐습니다.

[녹취: 심양섭 교장] “대학교가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가 어려워요. 공부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특별히 제3국 출신들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어렵고요. 또 제3국 출신도 그렇고, 북한 출신도 그렇고, 영어 실력이나 컴퓨터 실력, 대학 공부에 꼭 필요한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말 밤새고 공부해야 따라갈 것 같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공부에 전념해서 대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 주기를 바랍니다.”

졸업식 시간이 다가오자, 졸업생과 교사들 모두 분주히 움직입니다. 졸업생들은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쓰며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요. 교사들도 졸업식 현장을 확인하며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특히나 '남북사랑학교'의 진학진로부장인 양재모 교사는 담임교사로 소감이 더욱 남다르기도 했는데요.

[녹취: 양재모 교사] “제가 고등 2반 담임이었는데 그 4명의 학생이, 북한에서 온 학생이 1명이고 또 2명은 중국에서 왔고 또 한 명은 한국 학생인데 각 학생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참 감사하게도 본인이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진학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것 같습니다. 저는 담임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데 아무래도 북한 출신이고 또 중국 출신인 학생들은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 출신 학생 1명은 기초수급자로 생계비도 어렵고 등록금이 어려웠었는데, 혹시 몰라서 제가 한국장학재단에 장학금 신청을 했거든요. 뜻밖에 감사하게도 장학재단에서 등록금 전액 면제가 돼서 등록금은 해결된 것 같습니다. 우리 고등 2반 졸업 학생들, 여러분이 원하는 꿈의 첫 발짝을 내딛게 돼서 정말 기뻐요. 대학에 가서도 그 어려움들을 하나씩 하나씩 헤쳐 나가면서 꿈을 잘 이루길 바랍니다. 제가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그리고 졸업생을 축하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체육 강사도 있었는데요. '기쁨의 학교'에서 체육 실기를 가르친 류영만 씨입니다.

[녹취: 류영만 체육 강사] “기쁨의 학교 처음에 제가 부임했고 같이 수업했던 친구들이 오늘 졸업하게 돼서 특별히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끼던 학생들이 있어서 이 친구들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운 마음도 일단 크고요. 또 어쨌든 과정을 잘 마치고 대학생이 된 거는 축하하는 마음이 들고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을 텐데도 너무 수고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고요. 졸업은 또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대학교 가서도 여러 학업이나 사람들과 만나는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여기 과정을 잘 마쳐냈던 것처럼 그 경험을 잘 살려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멋지게 성장하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 차라는 탈북 아코디언 연주자 윤설미 씨는 축하 연주와 함께 진심으로 이들을 축하해주고 응원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는데요. 자신이 개발한 헤세디언(Hesedion)이라는 악기로 졸업식 현장을 더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녹취: 윤설미 씨]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제 딸도 올해 졸업했어요. 중학교 졸업해서 고등학교에 가는데 탈북민 자녀들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식 같은 생각이죠. 오늘은 제가 5년에 걸쳐서 개발한 헤세디언(Hesedion)이라는 악기가 있습니다. 악기가 아코디언처럼 생겼는데 전자로 마이크와 비트와 모든 걸 장착한 악기예요. 이 악기로 연주하면서 대한민국에 아무것도 없이 와도 이런 악기를 만들 수 있고 이렇게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아코디언을 안 가지고 왔습니다. 새로운 악기로‘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도 하고 마라나타도 하고 아리랑도 있고 중간에 애국가도 들어가고, 제가 만든 악기로 제가 편곡한 걸 가져다 제가 노래 부르는, 축하해 주는 온전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이날 오랜 시간 '남북사랑학교'를 다닌 한 학생이 졸업했는데요. 중국에서 태어난 제3국 출신 학생이고요. 2017년 9월부터 이곳을 다녔는데 정착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재환 졸업생입니다.

[녹취: 김재환 졸업생]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검정고시로 보고 대학에 들어갔어요. 다른 나라에 와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진짜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 너무 무섭고 해서 그냥 엄마만 따라가기만 했고, 너무 어려웠어요. 많이 울고 자포자기도 했던 것 같고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미 왔는데 돌아가는 거는 불가능하고 가족이랑 같이 살아야 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한국어를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했을까요?

[녹취: 김재환 졸업생] “호서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저 같은 아이들이 꽤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의 노하우, 한국어 배웠을 때 힘들었던 것들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뭔가 기댈 수 있고 저도 그게 너무 필요했거든요. 나를 공감해 준 사람, 나를 알아준 사람, 나의 고민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많이 필요했었어요. 그래서 멘토라든지, 선생님이 계시면 되게 의지하고 좋을 것 같아서 한국언어문화학과를 선택하고 한국어 강사나 국어 선생님이나 이런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졸업생 가운데 졸업식을 앞두고 밤잠을 설친 분도 있었는데요. 2019년에 탈북한 문나희 씨입니다.

[녹취: 문나희 졸업생] “솔직히 저는 꿈 같거든요. 제가 나이가 40살 이렇게 됐는데 진짜 북한 같았으면 졸업증을 쥔다, 대학에 갈 수 있다, 상상도 안 되는 일이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이게 정말 나 같은 사람을 보고 시간여행자라고 할 수 있겠다. 제가 지금 거꾸로 가서 학교를 졸업하고 저한테 당당히 선생님도 있고, 제가 얼마나 격동했으면 밤에 잠이 안 온 거예요. 그 정도로 너무 행복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문나희 씨는 다가올 대학 생활이 설렌다고 말했고요. 상담사가 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할 자신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문나희 졸업생] “저는 총신대학교 들어갔고요. 중독재활상담학과에 들어갔어요. 기쁘기는 한데 제가 실력이 안 되거든요.영어라든가 컴퓨터라든가 솔직히 나이가 있다 보니까 손이 잘 안되거든요. 그리고 또 아이도 키우다 보니까 집안 살림도 해야 하고 근데 마음만은 10대 때처럼 막 달리고 싶은 마음은 있고, 노력은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마음으로 아픈 사람들 상담해 줄 수 있는 좋은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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