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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패션에 역사를' 디자이너 권봄 2.


[탈북민의 세상보기] '패션에 역사를' 디자이너 권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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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부터 패션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권봄 씨는 한국에 와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이뤘습니다. 현재 서울에 있는 한 중견기업에서 메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어 더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 패션디자이너 권봄 씨의 두 번째 얘기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부터 패션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권봄 씨는 한국에 와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이뤘습니다. 현재 서울에 있는 한 중견기업에서 메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어 더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 패션디자이너 권봄 씨’의 두 번째 얘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권봄 씨] “왜 전통 복식이 발전하지 못할까를 고민하고, 어떤 사람이 그걸 입고 다닌다는 게 너무 행복했었고 내가 한국 전통을 발전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지 않겠느냐는 뿌듯함이 있었어요.”

한복을 재해석해 일상복에 접목하는 권봄 씨. 그가 패션에 역사를 입히게 된 계기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권봄 씨] “대학교 3학년 때 살짝 정체성에 혼란이 왔을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랑 어울리는데 살짝 뭔가 나는 다른 점이 있고 친구들은 아는데 저는 모르는 점이 있으니까 나는 도대체 한국 사람일까? 어느 나라 사람일까? 이런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거예요. 근데 그때 교양 수업으로 역사 과목을 들었는데 그 역사 과목을 들으면서, 이거 나도 어릴 때 배웠던 역사였고 우리는 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그러니까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 한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역사를 가져다 내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계속 판소리를 시각화해서 무늬를 만든 다음에 DTP에서 옷을 만들거나 이런 작업을 계속해 왔었는데 그때는 뭐를 보고 뭐를 느껴도 항상 설레고 눈물 나고 그걸로 작품화를 만들고 했던 그 열정이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권봄 씨는 대학교 3학년 때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야 할 방향과 가치관을 정했고요. 2020년부터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권봄 씨] “제가 (대학교) 막 학기 때, 20년부터 취업했었어요. 20년 때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거기 실장님께서 저를 너무 이뻐해 주셔서, 여기는 중견기업의 규모이긴 한데, 그 회사에서 나와 이쪽으로 옮겨오시면서 저를 데리고 가신 거예요.“

권봄 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상품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투자받을 수 있는 펀딩을 했는데요. 남과 북의 역사가 담긴, 누구나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간편한 한복을 제작했습니다.

[녹취: 권봄 씨] “전통 복식은 도태되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모든 사람이 한복을 한복답게 만들다 보니까 이거는 그냥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 됐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못 받고 계속 도태되어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처음으로 퓨전 한복을 처음으로 런칭했던 게, 트레이닝복에 한복적인 깃이라든가 한복적인 전통 컬러라든가 이런 거를 삥줄 처리하면서 그걸 만들었을 때 첫 펀딩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줬고….”

또한 권봄 씨는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 서브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딴 ‘GB 한복’이라는 브랜드까지 생겼고요. 최근에 권봄 씨의 실력을 입증받은 좋은 소식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권봄 씨] “이 회사의 브랜드가 3개가 있는데, 브랜드를 이끌어가시는 디자이너의 서브 디자이너로 들어오게 됐는데 제가 작년에 펀딩을 시작하면서 대표님이 보시게 됐거든요. 근데 대표님께서 진짜 봄 씨 너무 잘한다. 이거 우리 밑에 ‘GB 한복’으로 해서 넣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셨어요. 그때부터 ‘GB 한복’으로 디자인하게 됐는데, 제가 대표님의 격려에 힘입어 한복 근무복 개발 공모전에 제 작품을 출시해 보겠다고 제안했는데 대표님께서 흔쾌히 밀어주겠다고 하셔서, 대구에서 진행하는 한복 근무복 개발 공모전이었는데요. 제 작품을 출시해서 대상을 받게 됐어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복적인 요소를 담은 한복 근무복을 제작한 건데요.

[녹취: 권봄 씨] “대구 관광안내원이랑 관광버스 기사 근무복을 만드는 공모전이었는데 그 조건이 대구에 관한 패턴을 개발해서 근무복을 만드는 조건이었어요. 퓨전 한복인데 근무복에 맞게 활동적이고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근무복을 개발하는 거였는데 제가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퓨전 한복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까 그 옷에 저의 애착이 투여됐고 대구를 진짜 대구 사람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대구의 어떤 요소를 패턴화해서 제출했는데 대상을 받게 돼서 제가 디자인한 옷을 한 100벌 정도 다 출고까지 했어요. 그래서 여름부터 도입되는 상황이에요.”

공모전 대상이라는 값진 결과와 함께 그 소식을 들은 회사의 대표도 권봄 씨만큼이나 기뻐했다고 하고요. 이제는 메인 디자이너로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취: 권봄 씨] “이게 2024년 신상으로 제가 메인 디자인 처음으로 한 거예요. 2024년은 청룡의 해잖아요. 청룡의 해는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대요. 그래서 의미 있는 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청룡을 개발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또 한국적인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곤룡포에서 영감을 받아보자고 어진을 찾아봤는데 태조 어진이 유일하게 청룡포를 입고 있는 거예요. 근데 그 시대에 왕들이 이루고자 하는 그런 목적에 따라 청룡의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이 시대를 반영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행운을 줄 수 있는 청룡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여의주를 물고 와서 행운을 전달할 것 같은 사랑스러운 청룡을 만들었고요.”

그래서 청룡이 그려져 있는 자수 후드티와 맨투맨을 제작했는데요.

[녹취: 권봄 씨] “그 청룡포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금실 자수로 새겼고, 이런 산 같은 거는 산수화에서 따온 거고요. 청룡포 그대로 가슴에 이렇게 새기면 촌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현대적으로 다른 브랜드랑 차별화 둘 방법으로 자수를 새기자고 해서 앞판에 하나 청룡을 새기고 캥거루 주머니에 분리해서 산수화를 새기고 소매 부분에 산수화를 새겼어요. 근데 이게 작업 과정이 되게 복잡해요. 하나, 둘, 셋, 네 개를 쳐야 하는 거니까 되게 복잡한 과정이었고 그래도 뭔가 차별화된다는 거에 큰 의미를 뒀죠. 이거는 제 시그니처인데, 제가 처음 퓨전 한복 출시했을 때부터 트레이닝복에 색동 삥줄을 넣었고요. 삥줄이라고 하는데 이거 전통 색동 원단이에요. 그래서 이게 들어가면 무조건 내가 만든 거라는 시그니처로 모든 옷에 넣어요.”

권봄 씨는 현재 ‘GB 한복’의 메인 디자이너이자 회사의 마케팅 일도 담당하고 있고요. 상품의 피팅 모델도 자신이 직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임감이 더욱 강해져 제시간에 퇴근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녹취: 권봄 씨] “이제는 ‘GB 한복’ 컨셉트로 쭉 제작하고 있어요. 퓨전 한복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요소들을 가미한 캐주얼 복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메인 디자이너가 된 후로부터 책임감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서요. 퇴근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이러다가는 내 삶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은 시골 가서 농사짓고 싶을 때도 있긴 한데요. 성취감도 있긴 하니깐요. 성취감이라고 하는 거는 제 옷을 입고 전철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와서, 올해 청룡해여서 옷이 너무 예쁜데 어디서 사셨어요? 이러면 엄청 신나서 일어나서, 제가 디자인한 건데요. 사이트는 이거고요. 막 이럴 때 힘들었다가도 다시 활력소를 찾는 것 같아요.”

또한 권봄 씨는 매해 작은 목표를 세워 달성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고요. 현재 또 다른 현대 한복을 제작해 펀딩하고 있습니다.

[녹취: 권봄 씨] “제가 지금도 개인 작품을 펀딩하고 있는데 모란꽃이라는 주제로 펀딩하고 있어요. 근데 그 모란꽃이라는 주제가 올해에 너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모든 사람은 행복을 주제로 살아가고 있잖아요. 근데 그 행복이 어떻게 보면 삶의 풍요로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 모란꽃이 조선시대 때는 모란꽃이 부귀영화를 상징했고, 그래서 모란꽃 민화 같은 거를 집에 걸어놓으면 복이 온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모란꽃을 옷에 새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모란꽃을 디자인해서 퀼팅해서 퓨전한복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세트로 모란꽃 복주머니 가방을 만들었어요.”

역사의 의미를 담아 한복적인 요소를 담은 옷을 창조하는 권봄 씨. 권봄 씨에겐 또 다른 꿈이 있는데요. 내년쯤에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남북의 역사를 알리고, 바꿀 수 있는 탈북 패션 디자이너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권봄 씨] “저는 한국 전통 의상을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이 제 옷을 보고 한국 전통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요. 전 세계가 알아주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좋겠고요. 제 친구들이 제가 북한 사람인 걸 알고 통일 얘기를 하면 싫어하고 그러는데, 저처럼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북한에 살고 있다는 거를 알게 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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