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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북한, 송환된 탈북민에 대한 국제법적 의무 준수해야”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지난 1월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지난 1월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유엔 인권기구가 북한에 강제 송환된 탈북민에 대한 고문 금지 등 국제법상의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모든 나라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8일 “북한이 고문 및 강제 실종의 절대적 금지, 자의적 구금 금지와 공정한 재판 보장 등 자국으로 돌아온 모든 국민에 대한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언니 규리 씨가 동생의 구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 같은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북한 출신 개인들에게 필요한 보호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We urge the DPRK to comply with its international legal obligations in respect to all citizens returning to the country, including the absolute prohibition on torture and enforced disappearance, the prohibition of arbitrary detention, and fair trial guarantees. We call on all States to provide individuals from the DPRK with the required protection and humanitarian support.”

또 “우리는 어떤 당사국도 고문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사람을 다른 나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국가들에서 개인들이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지난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에도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북한 출신 개인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을 삼갈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며 “이는 강제 송환된 이들이 고문이나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자의적 구금이나 성폭력을 포함한 젠더 기반 폭력, 아동과 부양 가족과의 강제 분리, 기타 심각한 인권 침해 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리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We consistently urge member states to refrain from forcibly repatriating individuals from the DPRK given our assessment that they may face serious harms upon return - including torture or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such as arbitrary detention, gender-based violence, including sexual violence, forced separation from children/dependents, and other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앞서 김규리 씨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등에 보낸 편지에서 “철옥이의 상황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가 없고,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희 오빠도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당한 뒤 북한 교화소에서 가혹한 폭행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죽었는데, 제 동생도 오빠처럼 될까봐 너무 두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폭력과 고문으로 고통받고 있을 제 동생과 500여 명의 탈북민,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022년 중국에서의 김철옥씨.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지난 2022년 중국에서의 김철옥씨.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철옥 씨는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이던 1998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탈북했습니다.

탈북 후 중국 산간오지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남성과 결혼해 열여섯 살에 딸을 낳고 살다가 지난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가족들이 중국 공안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한국 외교부 등에 구명을 호소했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9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 폐막식 다음 날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함께 강제 북송됐습니다.

탈북한 지 25년 만이었습니다.

강제 북송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철옥 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앞서 탈북해 영국에 정착한 철옥 씨의 언니 규리 씨와 유빈 씨 등은 철옥 씨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한국과 영국, 미국 정부와 의회, 유엔 등 국제사회에 철옥 씨 등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의 구명을 호소해 왔습니다.

규리 씨는 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북한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동생의 소식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봉쇄됐던 북중 국경지역이 최근 서서히 다시 열리고 있지만, 아직은 예전만 못해 다른 탈북민들도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거나 소식을 들을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북중 국경이 열려 동생의 소식을 들을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구명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지금 많이 닫혀 있는 상태인 거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북한에 있는) 형제들한테서 지금 소식을 못 듣고 있는다는 그런 말도 들었습니다. (중략) 그래도 또 조만간 열리겠죠. 그런 희망을 갖고, 계속 할 때까지 해보고. 아, 진짜 답답합니다.”

규리 씨는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탈북민들을 잊지 말고,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계속 힘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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