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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년 6~8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비연료’ 제품만 포함


중국 길림성의 석유 정제시설. (자료사진)
중국 길림성의 석유 정제시설. (자료사진)

중국이 작년 6~8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습니다. 북한에 유류가 밀반입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중국은 이번에도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만 북한에 넘겼다고 보고했습니다. 비연료 제품을 정제유로 표시하면서 유류 공급을 끊겠다는 안보리의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가 1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지난해 6~8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갱신된 작년 6월의 정제유 공급량은 1만8천983 배럴, 약 2천278.9t으로 표시됐고, 7월과 8월엔 각각 1만2천9 배럴(1천441.72t)과 8천179 배럴(981.92t)로 집계됐습니다.

이로써 중국이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는 13만2천960 배럴로, 유엔의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의 26.6% 수준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1~7월까지 러시아 정제유 공급분 7만9천906 배럴을 더하면 작년 8월까지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는 21만2천866 배럴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연간 허용치의 42.6% 수준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제출한 작년 6~8월 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이미 작년 9월에 보고 돼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안보리 규정대로라면 이미 작년 11월 공급량에 대한 보고가 끝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유일한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는 매번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보고를 지체하고 있습니다.

‘늑장’ 보고가 문제인 듯 보이지만, 더 큰 결함은 중국의 정제유 공급량 보고가 허점투성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이 안보리에 보고한 대북 정제유 공급량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된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스팔트(석유역청)와 비연료성 제품인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등이 ‘정제유’로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입니다.

중국이 작년 6~8월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수치를 VOA가 확인한 결과 중국은 이번에도 비연료 유류 제품의 합산치를 안보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6월 석유역청 1천585.59t과 석유역청 잔재물 296.28t, 윤활유 224.64t, 윤활유용 기유 140.76t, 윤활제 30.42t, 기타 석유젤리 1.2t 등 총 2천278.9t에 달하는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2천278.9t은 중국이 6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수치와 똑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해관총서에 실린 지난해 7월과 8월의 북중 무역 세부자료를 살펴보면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유류 관련 제품은 석유역청과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뿐이었습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비연료 제품만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해서 연료성 유류가 유입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에 보고되는 유류 공급량에는 애초에 밀수 등 불법적인 방식의 대북 유류 반입량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2023년 1월 1일부터 5월 1일 사이 25척의 북한 선적 선박이 북한 남포와 다른 지역의 유류 시설에 총 46차례에 걸쳐 정제유를 운송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각 유조선이 중량의 90%에 해당하는 유류를 운반했을 가능성을 상정해 북한이 작년 1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약 78만1천497배럴의 정제유를 반입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제한한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을 이미 첫 4개월 만에 훌쩍 뛰어넘은 것입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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